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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_생활

이마트 창사이래 처음으로 분기 적자, 국내 유통업계간 커머스 전쟁의 서막

지난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마트가 올해 2분기 매출은 4.6% 감소했고, 71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습니다. 이마트가 이렇게 분기 기준으로 적자를 낸 것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이마트의 적자 전환은 수 십 년 간 국내 유통업을 주도해온 대형마트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증거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이마트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낸 것과 같이 다른 대형마트의 사정도 비슷합니다. 롯데마트는 2분기 영업손실이 339억원으로 전년 대비해서 적자폭이 증가했으며 매출도 1.5% 역신장했고, 비상장사인 홈플러스도 크게 다르지 않은 성적표를 거둔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이마트를 포함하여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의 대형마트들이 나란히 적자를 기록하며 침체기에 접어든 것은 경기 둔화와 소비 양극화 같은 거시적인 경제 환경의 변화뿐만 아니라 소비를 주도하는 젊은 층들의 소비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화하는 등의 구조적 수요 감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봐야 할 것입니다. 

 

대형마트들이 이렇게 실적 부진에 허덕일 수 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소비 패러다임의 변화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 가족만 해도 주말이면 다 같이 이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식사도 하고 그랬는데 최근 들어서는 온라인 마켓에서 생필품이나 식료품을 구매하고 있습니다. 특히, 마켓컬리나 쿠팡 등은 밤 11시까지만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에 문 앞까지 배송을 해주기 때문에 와이프는 퇴근 후에 침대에 누워서 일주일치 먹거리를 주문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이렇다 보니 이마트가 1년 이내에 갚아야 할 부채는 급증하고 있는 반면 현금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러한 위기 상황을 반영이라도 하듯이 이마트의 주가는 6개월 사이에 7만 원 정도가 하락했습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이마트는 1조원 규모의 자가 점포를 매각해 재임차하는 방식으로 '자산 유동화'를 추진하기 위해 10개 내외의 대형점포를 유동화해 부동산 자산을 효율화하고, 재무건전성도 높인다는 방침입니다. 

 

그렇지만 영업환경이 악화되어 실적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입니다. 일단, 이마트가 올해 상반기에 1년 이내에 상환해야 하는 유동부채가 5조8165억 정도로 전년 동기보다 46%나 급증했지만 1년 이내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은 3조 4281억 원으로 유동부채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롯데쇼핑은 롯데리츠를 통해 자산 유동화

비슷한 처지에 있는 롯데쇼핑은 롯데리츠를 통해 자산 유동화를 추진하여 신세계보다 발 빠르게 위기에 대처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롯데쇼핑은 롯데리츠 (롯데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에 롯데백화점 강남점 토지와 건물, 부속물 일체를 약 4350억 원에 현물출자하고, 오는 2030년 5월까지 약 11년간 롯데백화점 강남점을 연 221억 원에 임차하는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여기에 지난 6월 영업 중인 9곳의 백화점, 아울렛, 마트 매장을 1조 629억 원에 롯데리츠에 추가 매각했습니다.

 

더 나아가 롯데쇼핑은 올해 안에 롯데리츠의 공모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홈플러스가 매장 51곳을 기초자산(자산규모 4조 3000억 원, 공모 규모 2조 원)을 상장하려고 했으나 외국인에 배정한 물량에서 수요예측 미달이 발생하면서 상장 작업을 중단하고, 리츠를 해산한 것을 반면교사 삼아 3000억 원에서 5000억 원 정도의 작은 규모로 공모상장을 진행한다는 방침을 새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국내 상장한 리츠 형태 비교, 출처 : 인베스트조선 >

 

아마도 신세계그룹도 이마트의 실적부진 점포를 활용해 자산 유동화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신세계그룹은 다른 유통사에 비해 직접 건물을 소유하는 비중이 높은데(백화점은 58%, 이마트 83%, 트레이더스 86% 수준) 자산 유동화보다는 부실자산을 매각하는 방법으로 리츠를 활용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온라인 강화와 자율형 점포 확대를 통해 쿠팡과 마켓컬리에 대응 필요

대형마트들이 이러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온라인을 강화하고, 자율형 점포를 확대하여 쿠팡이나 마켓컬리 같은 온라인 업체에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롯데쇼핑이 롯데닷컴을 흡수하고, 신세계가 SSG닷컴을 새로운 먹거리로 생각하고 온라인을 강화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는 것은 바람직한 시도라고 보입니다. 이마트가 쓱닷컴 새벽배송을 시작한 것과 같이 온오프라인이 연계된 서비스를 더욱 확대한다면 쿠팡이나 마켓컬리 같은 온라인의 성장세를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을 것입니다. 

 

< 새벽배송 서비스 비교, 출처 : 매일경제 >

 

여기에 본사 중심의 수직적인 구조를 벗어나 현장의 판단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비규격 상품에 대한 가격 조정권을 부여하고, 상품 진열도 상권 특성에 맞춰 유연하게 운영하거나 지역 특성에 맞게 매장별로 킬러 상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자율형 점포를 확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아마존에 대응하고 있는 월마트

세계 1위 유통기업인 월마트도 아마존의 급격한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온라인 시장의 영향력을 키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2016년 제트 닷컴을 인수한 이후 남성의류 보노보스 등과 같은 온라인 커머스 기업들을 잇달아 인수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기술투자를 통해 전국에 자리 잡고 있는 오프라인 매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아마존이 아마존고, 아마존 프레시 픽업, 아마존 북스 같은 오프라인 매장 확대를 견제하고 있습니다.

 

또, Scan&Go 같은 셀프계산 시스템이나 온라인에서 구매 후 키오스크에서 코드를 입력하면 주문한 물건을 24시간 픽업해 갈 수 있는 픽업 전용 매장이나 픽업 타워 등과 같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활용 가능한 다양한 기술을 확보하여 아마존에 대응하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통업계에서의 오프라인과 온라인 간의 커머스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아마존은 온라인을 기반으로 오프라인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고, 반대로 월마트는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온라인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결국 커머스 전쟁에서 최종 승리 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서비스를 차별화하거나 파격적인 가격 정책을 통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이마트의 창사 이래 첫 적자 전환으로 촉발된 쿠팡이나 마켓컬리와 같은 온라인과의 국내 커머스 전쟁에서 최종 승자는 누가 될 것인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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