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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정안 : 18년 만의 변화와 그 의미

2025년 3월 20일, 대한민국 국회는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키며 18년 만에 연금제도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3%로 상향 조정하는 것을 핵심입니다.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이 개정안은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노후 소득 보장을 강화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변화는 단순히 숫자의 조정을 넘어 세대 간 형평성, 재정 안정성, 그리고 국민 신뢰라는 복잡한 문제를 둘러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국민연금 개정안의 주요 내용, 기대 효과, 그리고 한계점을 살펴보며,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국민연금 개정안의 주요 내용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

국민연금 개정안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의 조정입니다.

보험료율은 1988년 제도 도입 당시 3%에서 시작해 1993년 6%, 1998년 9%로 인상된 이후 27년간 변동이 없었습니다.

이번 개정으로 2026년부터 매년 0.5% p씩 단계적으로 인상되어 2033년에 13%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는 국민 부담을 고려한 점진적 접근법으로, 급격한 부담 증가를 피하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예를 들어, 2025년 기준 평균 소득(월 309만 원) 가입자의 경우 현재 월 27만 8천 원의 보험료를 납부하지만, 2026년에는 29만 3천 원으로 약 1만 5천 원 인상된다. 사업장 가입자는 기업이 절반을 부담하므로 근로자 개인의 부담은 월 7,500원 수준이지만, 지역 가입자는 전액을 스스로 부담해야 합니다.


소득대체율은 은퇴 전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의 비율을 의미하는 지표로, 이번 개정에서 2026년부터 43%로 상향됩니다.

원래 법률 부칙에 따라 2028년까지 40%로 점차 낮아질 예정이었으나, 이번 조정으로 노후 소득 보장 수준을 소폭 높였습니다.

예를 들어, 평균 소득자가 40년 가입 후 25년간 연금을 수령한다고 가정하면, 개정 전 약 1.8억 원을 납부하고 3.1억 원을 수령할 수 있었는데, 개정 후에는 보험료 약 5,400만 원이 추가되며 연금액은 약 2,200만 원 증가합니다. 이는 “더 내고 더 받는” 구조를 강화한 셈입니다.

명목소득대체율은 은퇴 전 소득 대비 연금액의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로 국민연금 도입 당시 70%, 1999년 60%, 2008년 50%로 낮아졌으며, 법률 부칙에 따라 매년 0.5% p씩 인하돼 2028년까지 40%로 조정될 예정이었으나 이번 법률 개정을 통해 내년부터 소득대체율은 43%로 고정됩니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재정추계 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56년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번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과 정부의 기금수익률을 1% p 제고(4.5%→5.5%) 노력이 병행된다면 기금소진 시점이 15년 연장돼 2071년까지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급보장 명문화

국민연금 제도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국가의 연금급여 지급근거를 보다 명확히 규정했습니다.

현행 국민연금법은 연금급여가 안정적·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할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나, '국가의 연급급여 지급을 보장하고, 이에 필요한 시책을 수립 및 시행'하도록 개정함으로써 연금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출산 크레딧 확대

출산 크레딧은 첫째 아부터 지원토록 확대되었습니다.

첫째 아는 추가 가입 기간으로 12개월을 산입 하고, 최대 50개월까지만 인정하는 상한 규정도 폐지했습니다.

출산 크레딧은 출산으로 인한 소득 공백을 보상하고, 노후 소득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로, 현재는 둘째아 12개월, 셋째아 이상 18개월씩 추가 가입 기간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개정을 통해 출산 가구의 노후 소득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한편, 다자녀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로 저출산 완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군 복무 크레딧 확대

군 복무 크레딧 역시 현재 6개월의 인정 기간을 최대 12개월로 확대했습니다.

이를 통해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활동인 군 복무 수행의 중요성도 인식하고, 군 복무에 따른 개인의 소득 활동 제약에 대한 보상을 강화했습니다.


저소득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 확대

보험료 인상에 따른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보험료 지원 대상도 확대했습니다.

기존에는 보험료 납부를 재개한 지역가입자를 대상으로 최대 12개월 동안 보험료의 절반을 지원했으나, 지원 대상을 저소득 지역가입자로 확대했습니다.




한계와 논란: 근본적 해결책인가?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첫째, 기금 소진 시점을 늦추는 데는 성공했지만, 고갈 자체를 막는 구조적 개혁은 실패했습니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은 모수 개혁에 해당하며,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인구 구조 변화와 경제 성장률 하락 같은 외부 요인을 반영한 장기 대책은 빠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OECD 국가 중 24개국이 도입한 자동조정장치(인구·경제 상황에 따라 연금액 조정)는 이번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고, 향후 연금특위에서 논의하겠다는 계획만 제시되었습니다. 이는 개혁의 불완전성을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둘째, 세대 간 형평성 논란이 여전합니다. 청년층은 “더 내고 더 받기”가 아니라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인식하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소득대체율 인상이 2026년 이후 보험료에만 적용되므로, 현재 연금을 받는 기성세대는 추가 부담 없이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반면, 미래 세대는 보험료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기금 고갈 시점이 다가오면 더 큰 부담을 떠안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일부 정치인들 조차 “청년들의 부담으로 기성세대가 이득을 보는 구조”라며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셋째, 노인 빈곤 문제 해결에 실질적 기여가 미흡합니다. 소득대체율 43%는 여전히 OECD 평균(약 50%) 보다 낮아, 연금만으로 노후 생활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기초연금이나 퇴직연금과의 연계 강화 등 다층적 노후 보장 체계 구축이 필요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국민연금 단일 제도에만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는 근본적인 노후 소득 보장 대책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을 낳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과제


국민연금 개정안은 18년 만의 성과로 평가받지만, 지속 가능성과 형평성을 담보하려면 추가 개혁이 필수적입니다.


첫째,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서둘러야 합니다. 인구 감소와 경제 변동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은 연금 제도의 장기 안정성을 높이는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기금 운용 수익률 제고를 위한 구체적 실행 방안이 필요합니다. 정부는 해외·대체 투자 확대와 전문 인력 확충을 약속했지만,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캐나다 연금의 연평균 수익률(10.01%)처럼 높은 수익을 목표로 한다면, 기금 운용 본부의 내실화와 전문성 강화가 시급합니다.


셋째, 세대 간 소통과 공감대 형성이 중요합니다. 청년층의 불만을 해소하려면 개혁 과정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투명한 재정 추계와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개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국민연금뿐 아니라 기초·퇴직·개인연금을 아우르는 다층 체계 개혁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단일 제도에 의존하는 현재 구조로는 노후 빈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결론


2025년 국민연금 개정안은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신뢰를 회복하려는 의미 있는 첫걸음입니다.

그러나 기금 고갈을 막고 세대 간 형평성을 보장하려면 더 과감하고 구조적인 개혁이 뒤따라야 합니다.

이번 개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으로 봐야 하며, 연금특위를 통해 논의가 지속되길 기대하며 국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연금 제도를 만들기 위해 정부와 국회, 그리고 시민 사회의 협력이 절실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