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_비즈니스

미국 달러가 안전자산으로 인식된 이유와 최근 입지가 흔들리는 이유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미국 달러(USD)는 오랫동안 ‘안전자산’의 대명사로 여겨져 왔습니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질 때마다 투자자들이 달러로 몰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달러의 이런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미국 달러가 왜 안전자산으로 자리 잡았는지, 그리고 그 입지가 왜 약화되고 있는지에 대해 알기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1. 달러가 안전자산으로 인식된 이유


미국 경제의 압도적 힘
달러가 안전자산으로 인식된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강력한 경제력입니다.

미국은 세계 최대 경제 대국으로, 글로벌 GDP의 약 24%를 차지합니다(2023년 기준). 이런 경제 규모는 달러의 신뢰도를 뒷받침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또한, 미국은 기술, 금융, 제조업 등 다양한 산업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유지하며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보여왔습니다. 경제가 튼튼하니 달러의 가치도 안정적일 거라는 믿음이 생긴 것입니다.


글로벌 기축통화의 역할
달러는 1944년 브레튼우즈 협정 이후 세계 기축통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국제 무역과 금융 거래의 대부분이 달러로 이루어지면서, 달러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통용되는 통화가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석유 같은 주요 원자재는 ‘페트로달러’라는 이름으로 달러로만 거래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달러에 대한 수요를 꾸준히 유지시키며 안전자산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했습니다.


미국의 정치적·군사적 안정성
경제력뿐 아니라 미국의 정치적 안정성과 군사적 힘도 달러의 신뢰도를 높였습니다.

미국은 민주주의 체제를 기반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정치 환경을 유지해 왔고,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는 달러가 지정학적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자산으로 인식되게 했습니다.

글로벌 위기(예: 2008년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때마다 투자자들이 달러로 몰려드는 ‘달러 러시’ 현상이 나타난 것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유동성과 접근성
달러는 유동성이 매우 높습니다. 전 세계 어디서나 쉽게 교환되고, 외환시장에서 거래량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또한, 미국 국채(Treasury Bonds)처럼 달러 기반 자산은 안전성과 유동성을 동시에 제공해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었습니다.

이런 특성 덕분에 달러는 위기 상황에서 빠르게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으로 여겨졌습니다.


중앙은행의 신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세계에서 가장 신뢰받는 중앙은행 중 하나입니다.

Fed의 통화정책은 글로벌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며, 달러 가치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노력이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주었습니다.

특히, 위기 시 달러 공급을 늘리거나 금리를 조정해 시장을 안정시키는 Fed의 능력은 달러를 안전자산으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2. 달러의 입지가 흔들리는 이유


미국의 재정적 부담과 부채 문제
최근 달러의 안전자산 지위가 흔들리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미국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입니다.

2023년 기준, 미국의 국가부채는 약 33조 달러를 넘어 GDP의 120% 수준에 달합니다.

코로나19 이후 대규모 부양책과 인프라 투자로 부채가 급증하면서, 달러의 장기적 안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만약 부채가 계속 늘어나면 달러 가치가 하락하거나 인플레이션이 심화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기축통화로서의 독점력 약화
달러는 여전히 기축통화지만, 그 독점적 지위가 도전받고 있습니다.

중국, 러시아, 인도 등은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국 통화나 다른 통화로 무역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은 위안화 기반 결제 시스템(CIPS)을 강화하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 제재를 피해 루블이나 위안화로 결제를 늘리고 있습니다.

이런 ‘달러 이탈’(de-dollarization) 움직임은 달러의 글로벌 수요를 줄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정학적 긴장과 신뢰 하락
미국의 지정학적 영향력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특히, 미국이 달러를 무기화(weaponization)하면서 신뢰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러시아의 외환보유액 동결(2022년)이나 이란 제재 같은 사례는 달러 시스템에 대한 반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일부 국가들은 달러 중심의 금융 시스템에서 벗어나기 위해 금, 암호화폐, 또는 다른 통화로 대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대체 자산의 부상
달러 외에도 안전자산으로 주목받는 대안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금은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여전히 인기를 끌고,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는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디지털 금’으로 불리며 주목받고 있습니다.

또한, 유로(EUR)나 위안화(CNY) 같은 다른 통화들도 점차 국제 거래에서 비중이 커지고 있으며 이런 대체 자산의 등장은 달러의 독점적 안전자산 지위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정책의 불확실성
최근 미국의 높은 인플레이션과 Fed의 금리 인상 정책도 달러의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2022~2023년 인플레이션이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달러의 구매력이 약화되었고, 금리 인상은 미국 경제의 성장 둔화를 불러올 가능성을 키웠습니다.

게다가 Fed의 정책 결정이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커지면서, 달러의 안정성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제의 다극화
마지막으로, 세계 경제가 다극화되면서 달러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중국과 EU의 경제적 부상,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국가들의 협력 강화는 달러 중심의 세계 경제를 약화시키는 요인입니다.

특히, 중국은 위안화를 국제화하려는 노력을 가속화하며 달러의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달러가 안전자산으로 인식된 이유는 미국의 경제적·정치적·군사적 힘, 기축통화로서의 독보적 역할, 높은 유동성과 신뢰도 덕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가부채의 증가, 달러 이탈 움직임, 지정학적 긴장, 대체 자산의 부상, 그리고 글로벌 경제의 다극화로 인해 달러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달러가 곧바로 안전자산 지위를 잃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여전히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중심에 달러가 있고, 단기적으로 이를 대체할 만한 통화는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달러의 위상이 어떻게 변화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