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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_IT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신청 간소화 일등 공신은 스크래핑 기술

9월 16일부터 9월 29일까지 2주간 실시된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신청이 간소화될 수 있었던 일등 공신은 '스크래핑'이라는 IT 기술 덕분이었습니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은 금리변동 위험이 있는 주택담보대출(변동금리 또는 준고정금리 대출)을 낮은 금리의 장기, 고정금리, 분할상환 가능한 주택담보 대출로 대환 하는 정책모기지 상품으로 연 1.85%~2.2%대 고정금리로 최장 30년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어 63.5만 건에 73.9조 원에 달하는 신청이 접수되었습니다. 

 

당초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은 20조 원 정도를 예상했으나 4배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신청이 폭주했지만 일부 오류를 제외하고 큰 시스템 장애 없이 무사히 마감됐습니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주택금융공사가 안심대출 시스템 구축 시 스크래핑 기술을 도입하여 기존 대출에 필요한 서류제출을 없앴기 때입니다. 

 

 

스크래핑(Scraping) 기술은 넓은 의미로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모든 작업을 의미하며 좁은 의미로는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시스템에 자동으로 접속한 뒤 무수히 많은 데이터 중에서 필요한 데이터만 수집하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스크래핑 기술을 잘 활용하면 무수히 많은 데이터 내에서 원하는 특정 데이터만을 수집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이나 제2금융권에서 신용 대출이나 담보 대출, 자동차 대출 등을 진행할 경우 여러 기관을 직접 방문하거나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번거로움을 없앨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긁어오기'로 표현되는 것처럼 스크래핑 기술을 악용하면 불법적인 데이터 수집의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모든 과정이 고객의 동의하에 이러어지는 등의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스크래핑 기술을 활용한다면 이번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신청 시와 같이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는 금융정보나 행정자료 등을 한 번에 취합할 수 있어 핀테크 시대에 핵심기술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신청 접수 시에도 대법원의 혼인관계 증명서는 물론 가족관계 증명서, 정부 24에서 발급하는 주민등록등본과 초본, 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료 자격득실 확인서, 국세청 소득 유무 증빙서류까지 본인인증 이후 클릭 한 번에 서류 제출이 자동으로 이뤄졌습니다. 

 

 

주택금융공사는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신청을 접수하기 위해서 12개 이상의 민원서류, 5개 이상 기관의 대외 연계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 스크래핑 기술을 사전에 도입해 충분한 기술검증을 마쳤기 때문에 큰 장애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국내 대출 관련 시스템에 스크래핑 기술을 적용해 별도의 서류를 제출할 필요가 없이 비대면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도시보증공사는 주택금융공사의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시스템을 벤치마킹한 후 대출 시스템을 고도화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스크래핑 기술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기 때문에 현재 추진 중인 신용정보법 일부 개정안에 공인인증서 등을 활용한 스크래핑 기술 사용을 사실상 금지하는 조항이 포함됐습니다. 해당 법의 개정안 22조 10항 1에는 본인신용정보관리회사가 전자금융거래법에 명시된 접근매체를 활용하여 신용정보 주체에게 제공할 신용정보를 수집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스크래핑 기술 대신 오픈 API를 활용한 금융서비스 혁신 추진

금융당국은 스크래핑은 금지하는 대신 금융서비스 혁신과 금융권 경쟁을 촉진시키기 위해 은행과 증권, 보험 등 금융산업 전반의 오픈 API 활성화를 위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API란 특정 프로그램의 기능과 데이터를 다른 프로그램이 접근할 수 있도록 미리 정한 통신 규칙으로 회사나 기관 외에 제3자가 API를 통해 접근할 권리가 허용된다면 오픈 API로 구분됩니다. 핀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은행의 계좌정보나 보험사의 보험가입 내용을 조회할 수 있는 것도 오픈 API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오픈 API는 금융이 아닌 다른 사업에서도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조금 시들해졌지만 유명한 일본 게임인 '포켓몬고'도 구글의 전세계 지도 데이터를 API를 통해 연계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고, 음식 배달 서비스인 배달의 민족도 T맵의 위치정보 API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과 영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일반개인정보보호법 개정 등을 통해 정보주체인 개인이 은행 등에 자신의 정보를 다른 회사에 제공하도록 요구할 '개인정보이동권'의 이행을 위해 금융권 API 개방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도 은행에 지급결제 시스템과 데이터 개방에 필요한 오픈 API 구축을 의무화하는 은행법을 개정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6년 8월에 은행권 공동 핀테크 오픈 플랫폼을 구축하여 16개 은행의 일부 지급결제망과 데이터를 오픈 API로 제공하여 여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데이터 개방 흐름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월 이용실적이 46만 건에 달하며 뱅크샐러드의 자산관리 서비스나 토스의 소액 해외송금 서비스 등 32개 핀테크 서비스가 신규 출현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은행권 공동 오픈 API의 기능과 역할을 대폭 확대해 전 은행권의 참여를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며 장기적으로 은행업 외에 증권과 보험 등 금융산업 전반으로 오픈 API를 활성화하는다는 목표를 수립했습니다. 이를 통해 데이터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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