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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수능 샤프' 교체설에 혼란에 빠진 수험생들

오늘 11월 14일에 치러지는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수능 샤프' 교체 논란으로 수험생들이 혼란에 빠졌습니다. 

 

 

 

'수능 샤프'는 2005학년도 수능 시험일에 휴대전화를 이용한 수능 사상 최악의 대규모 부정행위가 적발되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06학년도 수능부터 본인의 출신학교가 시험장으로 배정되지 못하도록 하고, 필적감정과 금속탐지기 등이 도입되었으며 이전가지 지급되던 컴퓨터용 사인펜과 수정테이프 외에 샤프를 일괄 지급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수능 시험일에 개인 필기구를 이용한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지급한 '수능 샤프'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최저가 입찰 방식의 공개입찰을 통해 선정해 왔는데 모나미나 바른손 등과 같은 쟁쟁한 필기구 제조업체들을 물리치고 '유미상사'의 '미래샤프'라는 제품이 선정된 후 지난해 2019학년도 수능까지 14년간 수능 샤프로 사용되면서 '덕후'들도 생겼습니다. 

 

 

 

그런데 최근 유미상사의 미래샤프가 올해 수능에는 샤프를 납품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최근 알려지면서 입시 커뮤니티가 들썩이기 시작했습니다. 2011학년도 수능 시험에서 바른손의 '제니스'라는 제품에 한차례 자리를 내준 것 외에는 14년간 자리를 지켰던 유미상사의 미래샤프가 일본 ODM 제품으로 알려지면서 최근까지도 이슈가 되고 있는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의 영향으로 수능 샤프 납품업체로 선정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수험생들이 '멘붕'이 시작됐습니다. 유미상사의 미래샤프가 올해도 수능 샤프가 될 것으로 예상해 오랜 시간 동안 손에 익혀온 학생들이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펜을 쓰면 문제를 풀 때 자꾸 신경이 쓰일 것을 우려해 수능 샤프 때문에 수능을 망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수험생들의 불안감은 2020학년도 수능 샤프의 제품명을 알려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이어졌습니다. 비록 청원에 동의한 사람은 300명이 안되는 수준이지만 수능에 인생을 걸 수밖에 없는 수험생들의 간절함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험생들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평가원은 수능 시험 당일에 지급될 샤프 종류를 밝힐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평가원은 제품 종류가 알려질 경우 이를 이용한 부정행위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샤프는 물론이고 수능 당일 시험장에서 사용되는 그 어떤 물품에 대해서도 미리 정보를 공개한 적이 단 한 번도 없기 때문에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평가원이 수능샤프를 공개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상에서는 '동아연필'의 'XQ세라믹 샤프2'가 2020학년도 수능샤프로 선정됐다는 루머가 확산되면서 해당 샤프를 미리 사서 사용해 보고, 손에 익히려고 하는 수험생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험생들이 이렇게 수능샤프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수능시험 결과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최근 정부에서 입시의 공정성에 대해서 논의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고 하지만 수능이 대학을 정하고, 대학이 사회생활의 출발점을 좌우하는 우리나라의 문화가 수능샤프 교체 논란으로 이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저도 수능시험을 통해 대학에 진학했고, 대학 졸업하고 20년 가까이 사회생활을 하고 있지만 대학이 자신의 인생을 좌우하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이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내가 평생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고 그에 맞는 대학을 선택하는 것이 더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능 시험이 5일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올해 수능 시험일에는 많이 춥다고 하는데 모든 수험생들은 감기 조심하시고 무탈하게 시험 잘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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