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1위 스포츠 의류기업인 나이키가 어린이 고객들을 대상으로 월정액을 내면 정해진 수의 운동화를 배달해주는 구독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나이키는 '나이키 어드벤처 클럽' 서비스를 통해 2세에서 10세 사이의 어린이들은 월 20달러를 내면 분기에 한 켤레씩, 월 30달러를 내면 격월로 한 켤레씩, 월 50달러를 내면 매달 한 켤레씩을 100여 종의 운동화 가운데 원하는 모델로 골라 신을 수 있습니다.
어른들을 대상으로 면도날(국내에는 와이즐리가 대표적임), 칫솔, 영양제, 애견 간식 및 생수 등 생필품을 정기 배송해주거나 현대자동차 컬렉션이나 BMW Mini 등과 같이 고가의 자동차나 전자제품, 명품 가방 등을 렌탈과 비슷한 형태로 구독 서비스를 제공했었는데 어린이 신발까지 구독 서비스가 확대되어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그만큼 더 넓어지게 되었습니다.
운동화 구독 서비스는 나이키가 처음 시작하는 것은 아닙니다. 2016년에 나이키의 경쟁사인 아디다스가 구독 서비스를 도입했지만 시작한 지 1년 만에 서비스를 중단했습니다. 나이키는 아디다스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지난 2년 동안 1만 명을 대상으로 구독 모델을 실험해왔고, 그렇게 해서 계속 성장하는 아이들이 신는 운동화에 구독 모델을 적용하는 것이 최적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나이키의 운동화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 미리 신어볼 수 없기 때문에 정확하게 발의 크기를 측정하는 방법을 상세하게 안내해주고, 만약 발 사이즈에 맞지 않으면 언제든지 무료로 교환할 수 있으며 신던 운동화는 가지고 있어도 되고, 나이키로 보내도 되는데 나이키로 보내진 운동화는 기부하거나 재활용한다고 합니다.
나이키가 이렇게 운동화 구독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배경은 아동의류나 신발시장에서 나이키의 시장 점유율이 4.6% 밖에 되지 않아 성인에 비해 월등히 낮은 수준인데 이번 구독 서비스를 통해 판매채널을 다각화하고, 아이들을 미래의 충성고객으로 락인(Lock-in) 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입니다.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구독경제 (Subscription Economy)
나이키 어드벤처 클럽과 같은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란 소비자가 정기적으로 비용을 지급하고, 원하는 상품을 배송받거나 일정기간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뜻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구독경제 기반의 서비스는 넷플릭스입니다. 넷플릭스는 최소 월 7.99달러를 지불하면 영화나 TV 프로그램 같은 동영상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나 마음껏 볼 수 있는 서비스로 전 세계 가입자가 1억 명이 훨씬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구독 서비스를 기반으로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자 경쟁사인 디즈니도 디즈니 플러스라는 구독 서비스를 연말부터 미국 및 유럽 일부 국가에서 시작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와 같은 구독 경제 열풍이 계속되자 최근에는 우리나라 식품 외식업계도 구독 서비스를 앞다투어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동원 홈푸드가 운영하는 온라인 반찬마켓 '더반찬'은 3월부터 정기배송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한국야쿠르트의 밀키트 브랜드 '잇츠온'은 전문가의 추천식단과 고객 요청 식단으로 나눠 원하는 요일에 배송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데일리샷은 월 9900원의 정기 구독료를 낸 회원들은 서울 강남, 신촌, 홍대, 이태원 등 핵심 상권 80여 곳의 펍이나 바에서 수제 맥주나 칵테일 등 해당 매장에서 지정하는 술을 매일 한 잔씩 마실 수 있으며 위메프가 운영하는 W카페는 월 4만 9900원의 구독료를 받고 한 달간 강남과 송파, 경기 판교 등 총 6개 지점에서 아메리카노를 3시간마다 한 잔씩 무료로 마실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구독 경제 시장이 급성장한 이유는 소유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패러다임의 변화 때문
이처럼 구독 경제 시장은 매년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오는 2020년에는 5300억 달러(약 594조)에 달할 것이며 앞으로 산업 전반에 걸쳐 구독 경제가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구독경제 시장이 급성장한 이유는 소비의 중심이 되고 있는 20~30대 젊은 연령층들이 소유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며 비싼 제품을 구매하여 과시하기보다는 합리적인 가격에 빌려서 사용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미국의 유명 미디어 블룸버그는 미국에서 청소년 시기에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리세션 제너레이션'이라고 불리는 20~34세의 연령층은 보유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직접 목격한 이들로 부모 세대와 달리 차나 집 등 목돈이 들어가거나 소유하는 것을 경계하는 성향이 있어 소유보다는 시기에 맞게 필요한 것을 잘 찾아 쓰고, 즐기느냐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소비 패러다임의 변화에 맞는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경쟁사와 확실하게 구별되는 차별화된 서비스가 필요하며 적절한 수준의 요금이 책정되어야 합니다. 또, 구독 서비스가 지속해서 유지되기 위해서는 제공하는 서비스의 비즈니스 모델이 지속적으로 확장 가능해야 하며 구독 경제 서비스 자체가 필요에 의해 효율성을 중시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라 새로운 고객의 90~95% 정도가 이탈하는 것은 불가피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신규 고객의 유치보다도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리텐션(Retention) 마케팅도 절대적으로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앞으로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과거처럼 물건을 만들고 판매하는 것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서비스 품질을 잘 유지하고, 고객의 새로운 소비패턴의 변화에 맞게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나이키가 운동화 구독 서비스를 출시한 것도 그러한 이유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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